우신예찬 I 대중연설가들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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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나도 오늘날 대중연설가들의 흉내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거머리처럼 두 개의 혀를 사용하고, 말할 때 마치 신이라도 된듯이 여기며,
자신들의 라틴어 연설문 곳곳에 적절하지도 않고 빈약한 그리스어 단어들을
모자이크 장식처럼 끼워 넣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 네댓 개를 가져와 독자들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연막을 펼쳐놓습니다.
이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기가 어려운 것도 해독할 수 있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이 대단한 글을 쓴 저자에게 더 큰 존경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지요.
생경하고 난해한 말들을 늘어 놓을수록 더 존경을 받으니
우리처럼 식견이 짧고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이해한 것처럼 보이려고
당나귀처럼 '귀를 씰룩거리며' 큰 소리로 웃고 박수 치는 사람들입니다.
<에라스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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