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 (23) 내일을 꿈꿀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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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제시브라운보훈병원 채플린)
병원 채플린 인턴이 되기 전 채플린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호스피스 채플린이 환자를 방문할 때 몇 번 동행했던 경험(쉐도잉)이 있다. 호스피스 채플린은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해 전화가 오면 30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죽음의 신은 새벽에 활동을 많이 하나보다. 그러니 자다가 전화를 받고 죽은 환자의 집을 방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당혹감을 덜어주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호스피스의 채플린 역할이다. 그들의 사역의 현장은 병원이 아닌 주로 집이나 양로원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로 하루 4명에서 5명 정도 방문한다. 그리고 의사, 간호사, 소셜 워커, 그리고 채플린이 한 환자와 유가족을 돌보는 팀 사역을 한다.
호스피스 대상은 암 뿐만 아니라 어떤 질병이든 의학으로 더 이상 치료나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환자로 의사로부터 앞으로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 환자나 가족이 적극적인 치료(회복)가 아닌 증상완화를 위한 통증조절을 요청하는 환자, 본인과 가족이 호스피스의 케어를 받기를 동의한 환자 등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런 환자에게 호스피스 케어를 허락하고 있다.
호스피스 사역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도움으로써 남은 시간 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사별 후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을 제공한다.
현대의학으로 살리기 어려운 환자에게 진실을 밝혀야 할까? 아니면 숨겨야 할까? 다양한 견해차가 있다.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은 하나의 권리이며,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면 삶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사형선고 받은 것 같은 현실에 좌절하면 환자가 느끼는 절망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작은 소망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환자가 갖는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이 남은 시간을 가족과 편안하게 지내도록 돕기도 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에 어쩌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품은 작은 희망이 고통의 상황을 버틸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을 남겨둔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한 죽음이 있을까? 통증은 약으로 웬만큼 조절 가능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감사함 없이 무의식 가운데 누리는 기초적인 신진대사를 못하는 것이 환자들의 고통을 깊게 한다고 한다. 호스피스 의사는 환자들이 한 순간이라도 소박한 기적을 체험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어제보다 나은 자가 호흡하기, 방귀 뀌기, 시원하게 소변보기, 물 한 모금 음미하기, 좋아하는 음식 먹기, 고통 없이 잠든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작은 기적이고 희망이고 행복이다. 또한 환자들에게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며,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죽음을 앞둔 환자나 가족을 만나 대화를 통해 위로를 나누는 호스피스 채플린의 사역은 ‘소명과 보람’을 느껴야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통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깨닫고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인간의 유한성과 삶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다. 우리가 삶을 돌아보게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일이 잘 풀릴 때? 계획대로 안 될 때? 성공 아니면 실패했을 때? 하지만 안타깝게도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일 때가 많다고 한다.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삶을 돌아볼 ‘여유’, ‘내일을 꿈꿀 기회’를 갖고 있나요?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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