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 - (2) 삶의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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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제시브라운 보훈병원 채플린)
채플린 되기로 삶의 방향을 바꾼 후 직면한 나의 맨 얼굴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인물을 만든다고 했던가? 나는 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무엇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지? 내가 해온 일들과 분주함이 꿈을 이루는 과정이었을까? 아님 방향 잃고 표류하는 배였나?
현주소를 파악하니 내가 하는 일들, 참여중인 모임,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이 30가지가 넘었다. 이것이 채플린이 되는데 도움이 될까? 혹 방해가 될까? 그때 만난 글이 워렌 버핏의 '5개 빼고 다 버려'이다. 그는 목표 관리법으로 '집중'을 강조한다. 자신이 모든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는 슈퍼맨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하고, 덜 중요한 일들은 잊고 가장 중요한 문제에만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이 조언하는 목표 관리법은 “첫째, 25개의 목표를 적는다. 둘째, 가장 중요한 것 5개만 고른다. 셋째, 5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 나머지 20개 목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다.
30개 목록 중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5개를 고른 후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생각 정리, 활동 정리, 관심 정리, 인간관계 정리, 한국 책 읽기 정리, 교회 정리까지도. 쉽지 않았지만 한인교회를 떠나 영어 설교, 미국 문화, 예배 분위기, 언어 이해를 위해 미국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삶의 활력과 존재감을 느끼게 한 모임들(목사부부합창단, 한국기독교연구소 독서모임)에 양해를 구하고 잠수를 탔다. 밤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의 마음으로 옥튼 칼리지의 ESL 수업, 무디 라디오 청취, YouTube 영어 강의 듣고, 적고, 프린트하고, 오려 붙이고, 가이드북을 만들어갔다. 완전 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때 마침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온 대학생 조카와 함께 몇 달 동안 Veterans Affairs Medical Center(군인병원) 채플린이 인도하는 토요일 성경공부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참여자들은 군 제대 후 마약, 알코올, 성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성경공부를 통해서 조금씩 복음을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사람들이다. 병원 입원중인 환자들과 퇴원 후 버스를 2~3번씩 갈아타며 오는 사람도 있었다. 고맙게도 나와 조카를 기쁘게 맞아주었고, 친구가 되었다. 참여하며 영어로 주기도문과 성경순서 외우기, 그리고 기도하기를 훈련했다.
또 호스피스 채플린을 쉐도잉(Shadowing,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배우기)할 기회를 만들었다. 양로원 환자 방문, 죽은 환자 가족 방문 & 위로 예배 인도하기,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호스피스 프로그램 소개 및 계약서 작성, PoA(Power of Attorney: 법정 대리인)라고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건강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의사결정을 할 사람(Agent)을 지정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환자 방문 후에는 보고 경험한 것에 대한 피드백을 나눴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며 조바심 가운데 기다리던 5월, Good Samaritan 병원 슈퍼바이저가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왔다. 두 명과 한시간반 동안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에 느낀 절망감이라니… “아직도 멀었구나!” 인터뷰 동안 반신반의 하던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절망감이 스쳐갔다. “떨어지면 어쩌지? 그럼 그만 둘꺼니?, 아니. 다음 기회를 위해 다시 일어서야지 뭐.”
그럼에도 밀려오는 실망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마음이 아렸다. 며칠 후 기대와 다른 결과가 선물로 배달되었다. 전화로 합격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채플린 인턴과정인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 오리엔테이션이 8월에 시작되는데 5개월 동안 해온 것을 재평가해보고, 남은 3개월 제대로 준비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꿈을 향해 한걸음 전진. 아~~ 행복하다.
첫째 글을 총장님께 보냈는데 답장을 주셨다. 고마움과 축하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시단다. 은퇴하신 총장님도 삶의 여정 가운데 만난 홍해바다 체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체험하셨단다. '잘 해내리라 기대하신다'고 격려해주시며 다시 한번 감동의 한마디를 날리셨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건강에 유의하기를! 제자 건강 걱정해주시는 교수님, 감사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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