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리셋 I 내면의 방파제 - 김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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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뉴욕예일장로교회)
몇 년 전에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로마는 관광 코스가 유명한 곳이지만, 저는 특별히 일반 관광 코스에 들지 않는 곳을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사도 바울의 순교지였습니다. 그가 순교 직전에 있었던 감옥은 돌로 된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형장은 무덤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단두대였습니다.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목을 걸치면 칼로 목을 내리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를 안내하신 목사님께서 감옥에서 단두대까지의 길을 혼자 묵상하면서 걸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길은 그런 목적으로 걷도록 좌우에 줄이 쳐져 있었습니다.
천천히 묵상하면서 걷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길을 간 사도 바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 두렵지 않았을까? 혼자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까? 내가 사도 바울과 같은 처지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갔을까? 신약성경 27권 중 13권을 사도 바울이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쓴 서신이 디모데후서입니다. 여기에 순교 전 사도 바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7-8).
두려움이나 외로움의 감정은 마치 파도와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는 방파제가 있습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 방파제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지면은 물바다가 되어 건물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나 짐승이 생명을 잃게 됩니다. 문제는 인간 내면의 방파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내면의 방파제를 준비하지 못한 채 지냅니다. 그래서 막상 두려움이나 외로움의 파도가 밀려오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내적 방파제를 사도 바울은 '믿음'이라고 부릅니다. 믿음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내가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과 함께 있다면, 나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지금도 온 역사를 다스리고 계시는 하나님과 함께 있다면 두려울 것도, 외로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삶이 끝나면 "이제 후"라는 삶이 올 것입니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어도 이제 후로 영원한 천국에 서는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어 있으므로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은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생깁니다. 그러나 믿음은 가꾸어야 생깁니다. 사도 바울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성경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비록 감옥에 있을지라도 성경을 읽고 암송하는 것은 믿음의 방파제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합니다. 친구들은 다 결혼했는데 혼자 남아 있으면 외롭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활동하는데 혼자 병상에 누워 있으면 고독합니다.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살다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외롭습니다. 그래서 고독은 하루 중 '밤'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밤을 하나님을 만나는 밤으로 삼아 보십시오. 모두가 나를 떠나도 나를 버리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느끼는 밤으로 삼아 보십시오. 하나님 안에서 내가 변화되는 밤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16세기 스페인의 수도사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것처럼 새벽보다 나은 밤이 될 것입니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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