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어부 I 정성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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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어느 TV에서 <도시 어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출연진 대부분이 연예인들로 그들은 낚시 배를 빌려서 고기를 잡는데,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그들 중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프로급도 있지만, 낚시에 전혀 생소한 아마추어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어(大魚)를 낚으려는 생각으로 찌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이 참으로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대어를 잡아 올리는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한없이 그를 부러워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또 고기를 잡으면 바로 크기를 재어보고 환호를 지르는가 하면, 고기를 잡은 사람은 파안대소하고 그 시간만큼은 행복해하였다.
그러나 이에 반해 고기를 못 잡고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조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하기는 고기를 잡는 것이 낚시 기술 여부를 떠나서 고기가 밑밥을 물어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낚시꾼이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가 낚시꾼을 선택하는 꼴이다. 때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앞서 잡은 사람의 고기보다 더 큰 고기를 잡아 의기양양해하고, 전에 고기를 잡은 사람의 표정은 약간 풀이 죽은듯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시 어부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니고, 연예인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함께 취미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2000년 전 갈릴리 바다는 이스라엘 어부들의 일터이자 치열한 삶의 공간이었다. 예수님께서 어부들에게 접근해서 대화를 나누며 장차 하나님의 나라의 일꾼을 부르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중에 베드로라는 어부를 예수님은 유심히 보셨다. 그는 어부들 중에서도 나이도 들었고, 저돌적이고 성질도 급한 편이고 무엇에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접근해서 말하기를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하셨다. 어부는 고기 잡는 것이 직업인데, 예수님은 장차 하나님 나라의 일꾼을 부르시고 그에게 사명을 맡기신 것이다. 물론 베드로의 입장에서는 예수가 누구인지 알 길도 없었고, 예수의 말대로라면 직업을 포기하란 말인데, 그것은 생계와 관련된 것이기에 있을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장차 베드로를 통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경제적인 것이나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가 삶의 전 영역에 미치는 하나님의 나라」 건설이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는 부자도, 재벌도, 교수도 없었다. 사실 당시의 서기관과 바리세인들은 공부를 많이 한 학자들이었고, 정치적 기득권과 부를 함께 가진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수님은 구원 운동, 생명 운동, 진리 운동을 위해서 오히려 연약한 민초들을 제자 삼았다. 물론 예수님의 제자 중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세리 마태도 있었다. 당시 세리는 사람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요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의 집을 방문하여 하나님 나라의 말씀을 전했고,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마태는 가슴이 뜨거워졌고 그의 직장과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어느 조직체나 국가 경영을 막론하고 <인사가 만사다!> 누구를 택해서 나랏일을 함께 하며, 누구를 택하여 조직을 잘 이끌어갈 것인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여·야간에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각 당에서는 선거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려 하나, 기존의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어떤 이는 정치 유랑객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천타천 인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고, 어떤 이는 연고를, 어떤 이는 당의 충성도를, 또 어떤 이는 스펙을, 어떤 이는 민주화 경력과 관록을 내세우며 공천받기 위해서 가히 생사를 걸고 있다. 그리고 당 안에서도 서로 죽기 살기로 혈투를 벌이고 있고, 설령 후보자가 되더라도 상대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서로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갖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고, 가짜뉴스, 과거 폭로, 사건 조작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으니 이번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은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아니고, 좀 부족해도 진실하고 정직하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 없는 일꾼이었으면 한다. 사실 인선은 곧 사람을 낚는 일이다. 예수님의 인사 선택은 자기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고, 하나님 나라의 뜻을 펼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하나님의 나라는 재벌과 학벌이 아니고 진실이고 섬김의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물론 하나님이 역사의 배후에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곧 사람을 통해서 되는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 물고 뜯으면 피차 망한다!’는 성경의 교훈은 진리이다. 예수님은 인간의 심령을 꽤 뚫어 보시고, 영원한 생명 살리는 운동의 일꾼으로서 제자들을 선택하셨다.
홍수가 범람하면 정작 마실 물이 없듯이 <사람은 많지만, 사람이 없다!>
어쩌면 예수 그리스도의 인선작업이 오늘의 여·야 인물 선정 작업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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