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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崗산책(2) 버려야할 봄 I 신석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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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이로스타임즈
댓글 0건 작성일 23-05-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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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여정의 을 소개한다.


한 석 달 쯤 병을 앓게 하십시오

그러면 내 영혼의 구석구석

아흔 아홉 개의 촛불을 대낮같이 밝히고

긴 복도의 회랑(回廊)에 서서

당신의 발 울림 소리를 듣게 되겠지요.

 

아주 얕은 기침 소리를 내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있었다. 즐겨 신목사의 말씀을 듣는다는 여자는 자기 나이가 서른아홉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 외의 인적사항은 세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강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매님이 지닌 신앙의 촛불을 보며 그분의 고백을 대신 실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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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즐겨 김여정의 시를 읽고 김춘수와 강은교의 시와 글도 자주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사는 자매였고 교회를 떠난 지 석 삼년은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10년 동안 방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회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고 다만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을 의식하며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교회생활은 하지 않지만 신앙생활은 한다면서 그래도 구원과는 상관이 없겠지요?” 물었다. 나는 대답하기를 교회 생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앙이라고 말해주었다. 사람은 기피할 수 있지만 주님은 기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기는 천상병처럼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을,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느낌으로 알고 있으니, 그것도 한 조각 신앙의 모습이 아닌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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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비로운 것은 그렇게 묻는 자매님의 목소리는 너무나 맑았고, 짐작컨대 깊은 질병을 안고 있어도 구김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살아보려 애 쓰는 자세였다.

자매님은 오래전 TKC에서 방영된 거울 앞에서를 통해 자기 영혼을 위로받은 적이 있었고 오랜만에 신목사의 “5분 묵상으로 다시 해후(邂逅)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기의 삶 속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무슨 큰 죄를 진 것도 아니지만 질병을 핑계로 초조함과 무력증이 시도 없이 찾아드는 그것이 괴로워 그래서 산다는 의미를 찾기에 지쳤는데, 성령하나님이 너무도 가까이에 계심을 감지(感知)하며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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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단어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문장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명멸했던 수많은 말씀중에 하나가 조약돌처럼 어느 순간 자매님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분명했다. 자매님에게 노자(老子)의 한마디 말을 들려주었다. “씨앗 속에 담겨 있는 것을 보는 눈을 소유했다면, 그가 바로 사람이다.”

무슨 말인가. 씨는 볼 수 있지만 그 씨앗의 메시지는 잘 볼 수 없다. 그 씨앗이 담고 있는 크기 성품 생사를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게 사람의 보편성인데 그 씨앗을 뚫고 보는 눈을 소유했다면 그가 즉 사람이라는 다소 난해한 말씀이다. 그러나 이런 진리는 우리들 삶의 모습 속에서 얼마든지 보는 현상이다. 이 신목사의 공간 안에도 많은 말과 글들이 지나가건만 과연 그 글의 진면목을 순간순간 알고 깨닫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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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를 허무로만 본다면 의미를 놓치는 일이며 기쁨을 기쁨으로만 받는다면 그는 행복과 불행을 구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님도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 버려두사,” 아니다. 더 아픈 깨달음을 요구하신다. 마음이 오히려 가난할 것을, 오히려 가슴이 찢어지는 애통이 있기를.


오늘 오후, 몇 년 전에 살았던 집 근처에 갔다. 거기에 있는 풍광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스트 리버의 끝자락과 멀리 걸려있는 화잇스톤 브릿지와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퀸즈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림이 거기에 있다. 그 창공에 많은 얼굴도 그리고 많은 가슴도 그렸다. 그러나 그 풍경을 어디에 쓸 것인가. 다 부질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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챨스 웨슬리CharlesWesley가 말했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저 하늘을 날아가고 싶습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듣던 존 웨슬리(John Wesley)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네가 날아다니기를 원하셨다면 이미 너에게 날개를 주셨을 것이다.” 자매님에게 좋아한다는 강은교의 시 중에서 한 구절을 들려주고 오랜 대화를 끝냈다.

 

오라 즐거이 썩으라

엉켜 잊지 못하는 자들

이 나팔꽃 꿈속

어둠아비보다 더 넉넉히

꽃피우라 노래하라.

그리고 내 마지막 인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다른 하늘들은 다 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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