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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에게 있어서 시월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I 노재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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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이로스타임즈
댓글 0건 작성일 25-10-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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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목사(전 성결대 학장, 사회학/목회학 박사)
 

 

시월의 하늘 아래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본다. 시월의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다. 한여름의 뜨거움이 지나고, 자연은 마침내 숨을 고르며 깊어지는 시간에 들어선다. 이 계절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다. 달려오던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기가 바로 이 시월이 아닌가!


성경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3:1)고 말씀한다. 봄이 씨앗을 심는 때라면, 시월의 가을은 거두는 때다. 이 계절은 단지 열매를 수확하는 자연의 절기가 아니라, 우리 신앙의 열매를 점검하는 영적 추수의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시월을 맞이할 때마다 묵상한다. “하나님, 올 한 해 내 믿음의 밭에는 어떤 열매가 맺혔습니까?” 그 질문은 늘 나를 겸손하게 하고, 다시금 회개의 길로 인도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계절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혼의 계절 변화를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첫째로 익어가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성숙의 신앙’이다.


어린 시절 시월의 농촌이 생각난다. 그 때 들판을 걸을 때면 고개를 숙인 벼이삭이 눈에 들어왔다. 무겁게 익은 이삭일수록 더 깊이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은 마치 믿음이 자란 성도의 겸손한 자세를 닮았다. 야고보서 3장 17절은 “하늘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며 관용하며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성숙은 지식의 많음이 아니라, 겸손과 사랑의 깊음에 있다. 시월의 자연은 우리에게 말없이 그 진리를 가르친다.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에 달궈지고, 만개한 튤립처럼 밤의 찬 서리를 견디며 열매를 맺는 과정—그것은 곧 성도의 영적 성숙의 길이다.


우리의 믿음도 마찬가지다. 고난의 바람이 불고 시련의 서리가 내릴 때, 그 속에서 인내하며 하나님을 신뢰할 때, 비로소 우리 안의 믿음은 단단히 여물게 된다. 시월의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하나님, 성숙은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섭리 속에서 자라나는 은혜의 열매입니다”라고...

 

둘째로 낙엽의 철학: 내려놓음의 은혜이다.


시월의 거리는 낙엽으로 덮인다. 많은 마라토너들이 낙엽 위를 달린다. 하나 둘 떨어지는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내려놓음’의 영성을 일깨운다. 나무가 잎을 버리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새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이 말씀은 시월의 낙엽과 닮았다.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생명의 새로운 순환을 위한 시작이다.


우리의 삶에도 버림의 계절이 있다. 내 뜻, 내 욕심, 내 계획을 내려놓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이 자랄 수 있는 틈과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나는 종종 낙엽을 밟으며 기도한다. “사랑하는 주님, 내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떨구게 하소서. 내가 버려야 할 자존심과 두려움, 미움을 그리고 미련을 주 앞에 내려놓게 하소서.” 시월은 그렇게, 비움의 신앙을 배우는 달이다. 역설적으로 비워야 채워지고, 죽어야 다시 살아나는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를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계절이 바로 이 때가 아닌가하고 묵상을 하게 된다.

 

셋째로 고독의 시간, 하나님을 만나는 침묵의 자리이다.


시월의 저녁은 조용하다. 해는 일찍 지고, 바람은 차갑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든 그 시간에 문득 찾아오는 고요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내면과 하나님을 대면하게 만든다. 시편 46편 10절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월의 고독은 바로 이 말씀을 실감하게 하는 계절이다. 세상의 분주함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하나님의 음성은 언제나 침묵 속에서 들린다. 시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오히려 하나님의 따뜻한 숨결을 느낀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영적 통로다. 하나님은 우리가 지쳐 멈출 때 찾아오셔서 조용히 말씀하신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사41:10). 시월은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계절이 아닌가!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여전히 우리 곁에 계심을 깨닫는다.

 

넷째로 감사의 계절, 은혜를 세는 시간이다.


시월은 또한 감사의 계절이다. 추수한 곡식, 맺힌 열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땀 흘려 일하게 하셨지만, 그 결실의 결과는 언제나 은혜로 더해주신다. 시편 65편 11절은 이렇게 고백한다. “주께서 은혜로 한 해를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방울이 떨어지나이다.”


그렇다. 우리의 한 해의 삶도 주님의 은혜의 관으로 덮여 있다. 시월의 감사는 단순히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여정 전체에 스며든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감사다. 병든 날에도, 외로운 밤에도, 주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그분의 인자하심이 우리의 하루하루를 붙들어주셨다. 그래서 시월은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시간이다. 감사는 우리의 영혼을 부드럽게 하고, 불평 대신 찬양을, 절망 대신 소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제 시월이 끝나갈 때쯤이면, 나는 이 계절이 남긴 신앙의 역설적인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비워야 채워지고, 죽어야 살아난다. 낮아져야 하나님께서 높이신다.” 이 단순한 복음의 진리가 바로 시월의 언어다. 시월의 나무가 잎을 버리듯, 우리도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나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으로 채워져 가야 한다. 그럴 때, 겨울의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월의 믿음은 이미 감사와 순종으로 뿌리내린 신앙이기 때문이다. 시월의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는 다시 다짐한다. “주님, 제 삶도 이 계절처럼 익게 하소서. 겉은 사라져도 속은 더 단단해지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주의 뜻 안에 살게 하소서”라고...


그래서 시월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손끝에서 빚어진 영혼의 계절이다. 익어가는 자연 속에서 우리는 성숙을 배우고,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내려놓음을 배우며, 고독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감사 속에서 믿음을 세운다. 그래서 나는 시월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빚으시는 계절”이라고...


시월의 하늘 아래서, 나는 다시금 고백한다. “주의 은혜가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셨나이다”(삼상7:12). 그리고 조용히 묵상한다. “하나님, 다음 계절에도 저를 빚어주소서. 시월처럼, 주님처럼, 성숙한 믿음으로 살게 하소서”라고....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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