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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河 에세이(20) - 한가위의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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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이로스타임즈
댓글 0건 작성일 25-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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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록 목사(선교사, 수필가)


한가위는 보름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달빛은 우리의 약점을 가려주는 미등과 같다.

중추절은 지친 우리를 회복케 하며 다시 연대케 한다.

 

“달빛이 고향 마당을 비춘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한자리에 빙 둘러앉는다.

그간 햇볕 아래서 생업에 매달리느라 심신이 지치지 않았던가.

은은한 달빛이 주름진 얼굴들을 감싸준다.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은 감칠맛이 난다.

가을 과실이 새콤달콤하다.


무상한 세월이여!

서로 손에 손을 잡고 혈육들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눈물 글썽이고 때로는 웃으며 묵은 사연을 털어놓는다.

할머니는 막내 손주를 품에 안고 이마를 맞댄다.

할아버지는 거칠어진 손으로 녀석들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가슴 맺힌 못 다한 사랑이여.”



이는 중추절이 우리에게 준 한 폭의 그림이다. 그것은 사랑이요, 낭만이며, 여유이다. 아니 우리 민족이 간직해온 따뜻한 정서이자 영혼의 쉼표이다. 그간 잃고 살았던 살붙이들의 순환이며 회복과 결합을 주는 날이다. 금년 추석은 10월 6일 월요일이다. 올해도 타향의 가족들이 길 위에 오른다. 민족의 대이동이다. 모두 삼삼오오 크고 작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코스모스 흐드러진 고향으로 향한다. 설레는 마음에 긴 차량 행렬도, 지새운 밤도 괴롭지 않다. 똑 같은 날인데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자고로 오늘의 시대는 현대화의 물결 아래서 급변하고 있다. 고유한 전통문화가 뒷전으로 밀리며 소멸되어가고 있다. 가족 친지의 유대마저도 이익 중심으로 바뀌어 간다. 대명절의 시다발이가 싫어 해외로 도피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신 문화에 묻히고 있는 것이다. 자라는 어린이들이 불행하다. 대 자연을 등지고 아스팔트 환경 속에서 심성이 곱게 자랄 수 있을까? 끝없는 경쟁 사회에서 전자파와 영상 매체에 저들 영혼이 파괴되고 있다. 순수함과 깨끗함은 옛 말이 되었다. AI시대가 본격화되면 우리 세상은 가관일 것이다. 무서운 시대가 오고 있는데 사람들은 태평하기 그지없다.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차처럼 이 기계문명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이런 세태 속에서 중추절이 또 다가온 것이다. 추석! 한가위는 보름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년중 이 때의 달이 가장 크고 밝다. 그 빛은 햇빛과 다르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우리 약점을 가려주기에 적합하다. 그러기에 부담도 없다. 햇빛은 눈부시고 번쩍거려 그 아래서 갖는 생각도 건조해지기 쉽다. 이에 반해 달빛은 미려하고 포근해서 우리들의 생각을 그윽하게 이끌어준다. 햇빛이 투명한 유리창이라면 달빛은 은은한 창호지이다. 밝은 낮이 찬 이성이라면 달밤은 온화한 감성이다.


금년에는 보름달이 어떤 모습으로 뜰까? 올해는 한가위의 보름달이 더 크게, 더 환하게, 더 가까이 뗬으면 좋겠다. 그래서 질퍽한 세상을 감쌀 뿐만 아니라 일에 쫓기고 시간에 밀리어 밤하늘을 쳐다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경쟁에 뒤처지며 손에 쥔 것 없이 허한 마음으로 서 있는 사람들, 남에게 이용당하고 상처받아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 병상에서 시름하며 하늘 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무리한 학습에 지쳐 가슴이 메마르고 거칠어진 사람들, 타향살이 서러워 남몰래 눈물 흘리며 고향 산천을 바라보는 사람들. 저들 모두에게 치료의 광선으로 살포시 비춰주면 좋겠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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