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6학년 8반 아들과 9학년 3반 아버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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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목사(C&MA 감독)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5-58).
“Where, O death, is your victory? Where, O death, is your sting?”/ The sting of death is sin, and the power of sin is the law./ But thanks be to God! He gives us the victory through our Lord Jesus Christ./ Therefore, my dear brothers and sisters, stand firm. Let nothing move you. Always give yourselves fully to the work of the Lord, because you know that your labor in the Lord is not in vain(1Cor 15:55-58).
인생 6학년 8반인 저는 지난 11월의 첫 3주 동안 93세이셨던 저희 아버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 독립한 후, 이렇게 긴 시간을 아버님과 보낸 것은 처음입니다. 사실 대학원생 시절에는 박사학위 공부한다고 멀리 떨어져 살았습니다.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잠시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대학교 교수로 훌쩍 떠났습니다. 그렇게 12년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았습니다.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는 지역교회를 담임목사로 16년을 섬겼습니다. 그때에도 아버님은 한두 달에 한번 정도 아들이 섬기는 교회를 방문하여 조용히 예배를 드리시고는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러다 5년 전에 제가 뉴저지로 이주하면서, 지난 5년 동안은 바쁘다는 이유로 아버님을 찾아뵌 횟수가 정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와 아울러,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제 평생에 아버님과 식사를 하고 제가 밥값을 치른 기억이 없습니다. 아들이 장성하여 머리가 희어지고 벗겨진 후에도, 평생 밥값은 아버님이 지불하셨습니다.
지난 11월 1일, 90세이신 어머님이 ER에 들어가셨습니다. 노인 아파트에서 두 분이 사시다가 어머님이 병원에 들어가시니, 거동이 점점 어려워져 가던 아버님과 그 누군가가 당장 밤에 함께 잠을 자야했습니다. 아버님은 이미 지난 몇 달 사이에 두세 번 ER에 다녀오신 경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결국 제가 아버지 머무시는 메릴랜드 주의 노인 아파트로 급하게 입주(!)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들과 아버지의 3주 동안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한주 동안은 밤에 두세 번 일어나서, 아버님 화장실 가시는 것만 잘 부축해 드리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11월 7일 어머님이 장폐색으로 인하여 큰 수술을 받으셨고, 매일 어머님만 찾으시던 아버님은 이 소식을 전해 들으신 후 큰 충격에 빠지셨습니다. 그 때부터 아버님의 건강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지셨습니다. 몇일 후부터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셨고, 그리고 침대에서 나오시지를 못했습니다. 따라서 침대에 누워계신 상태에서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몸을 닦아드려야 했습니다.
아침마다 아버지의 몸을 닦아드리며, 아들은 아버지의 몸 전체를 자세히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몸은 말 그대로 뼈와 가죽만 앙상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배 주변의 가죽에는 수많은 금들이 무수하게 그어져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집단 학살수용소에 갇혀있던 포로들의 비참한 모습 바로 그대로였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은 이렇게도 험한 것인가!” “죽음을 마주한 인간은 이렇게도 무기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를 수없이 되뇌이게 만드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목사입니다. 그동안 많은 장례를 집례했습니다. 그러나 장례의 집례가 집례하는 목사에게 한 인간이 이 땅에서 어떻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가르쳐주거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집례는 집례일 뿐입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아들과 함께 보내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 3주의 시간 가운데, 자신의 생을 마감하면서, 그 고통 가운데에서, 인생의 마지막이 얼마나 험한 것인지, 그리고 죽음이 얼마나 잔인하고 강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시며, 목사인 아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하여 가르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치열한 영적 전쟁을 치루시고 평안함 가운데 천국에 입성하셨습니다.
우리 믿는 자들의 대 스승은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 사망 권세를 자신의 몸으로 깨뜨리시고 부활하심으로, 모든 믿는 자들에게 영생을 허락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 우리의 대 스승이십니다. 우리는 참으로 위대한 대 스승을 가진 복된 자들입니다. 지난 3주 동안, 제 육신의 아버님은 자신이 이 땅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며, 인간이 죽음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그 분만이 유일한 소망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아버님은 지난 3주 동안, 자신의 몸을 깨뜨리시며, 사랑하는 아들을, 대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인도하신, 너무도 감사하고 귀한 저의 스승이셨습니다. 나중에 천국에 가면, 우선은 아버님하고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지난 3주 동안의 귀한 가르침에 감사를 표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후, 밥값을 제가 치를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때에도 아버님은 손을 앞으로 휘휘 저으시며, 밥값을 계산하실 겁니다.
아버님 ……. 낳아서 길러 주시고, 장가까지 보내주시고,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이 처참하게 깨뜨려지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시며, 삶과 죽음과 영원한 진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쳐 주신, 그 귀한 가르침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천국에서는 제가 밥값 치를 겁니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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