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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I 정재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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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이로스타임즈
댓글 0건 작성일 26-05-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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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목사(C&MA감독)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디모데후서 4:7).


고등학교 믿는 동기들 100여 명이 함께하는 카톡방이 있다. 미국에 사는 나는 종종 그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조용히 읽곤 한다. 지난주, 한 동기가 올린 짧은 글 하나가 내 마음을 붙들었다. 이곳에 그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야기1

밤 9시가 넘어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피곤한 몸이 집을 향해 움직이는 시간. 도시는 낮의 소음을 걷어내고 조용히 어두워진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겐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방 안에 흰색 사각봉투가 네 장 남아 있었다. 행복카드. 오늘 안에 제 주인을 찾아줘야 할 네 장의 씨앗.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파하라"(디모데후서 4:2).


9시가 넘었어도 도시에 사람이 있는 한, 기회는 있다. 버스에 올랐다. 좌석 뒤를 돌아보고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찰나의 접촉. 시간도 고민할 틈도 없었다. 버스는 달리고, 정류장은 가깝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흰색 사각봉투를 꺼내 청년에게 내미니 두 말 없이 받았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경이로웠다. 그냥 내밀었고, 그냥 받았다. 오래전 예정된 일처럼. 버스 안에서 처음 건네는 행복카드였다. 기념으로 청년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검은 어깨가 창밖 불빛 사이로 흔들리고 있었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태복음 5:16).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눈이 마주쳤다. 이분이다. 봉투를 내밀었다. 할머니는 잠시 봉투를 바라보셨다. 신호가 바뀌어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도 생명의 씨앗이 떨어지기에는 충분히 길다. 걸어가면서 받으셨다. 건널목 만남은 10초도 안되는 열 걸음 남짓한 시간에 이루어졌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20-21).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전철이 오기까지 잠시 기다리는 시간. 장에 좋은 건강식품을 홍보하는 아주머니가 벤치에 앉아계셨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흰색 봉투. 아주머니는 잠깐 멈추더니 받았다. 하루 종일 남에게 무언가를 건네 왔을 그 손이, 오늘 처음으로 받는 사람이 되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


서울역 가는 전철안, 옆자리에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흰 머리, 낡은 잠바, 무릎 위에 놓인 손.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의 무게가 그 손 위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의 마지막 네번째 행복카드 봉투를 꺼냈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봉투를 받아 드셨다. 봉투를 열면서 일어선다. 그의 목적지 동대문역이다. 저 할아버지의 오늘 하루가 어땠을까. 무엇이 기뻤고 무엇이 힘들었을까. 오늘 밤 그분이 받은 말씀은 언젠가 그분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밤 9시 20분.


참 신기하다. 마음먹은 대로 매일 전도가 이루어진다는 게. 밤 9시가 넘어도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엔 기회가 있다는 게. 두 말 않고 받는다는 게. 거절하지 않는다는 게. 사람들은 참 좋은 선물에 목말라 있었다. 화려한 선물이 아니어도 된다.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된다. 흰 봉투 하나, 진심이 담긴 짧은 문장 하나.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굳었던 표정이 잠깐 풀렸다. 이 세상이 얼마나 사랑에 굶주려 있는지를, 야밤 20분이 가르쳐 주었다.


"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요한계시록 3:20).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마가복음 16:15).

온 천하. 버스도, 건널목도, 승강장도, 전철도. 그 어디든 천하 아닌 곳이 없다. 그 어디서든 만민 아닌 사람이 없다.


생각 1

글을 읽으며 솔직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참 대단한 열심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스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미 밤이 깊었는데 내일 하면 안 되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 한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 한 선교사님의 전화를 받으며 전혀 다른 형태의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았다.


이야기 2

2주 전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파킨슨의 초기 진단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말로 현지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자 하신다며 후임을 물색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올해 1월에 도미니카공화국에 들어가서 선교사님과 며칠 함께 지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때 선교사님은 2-3년 내로 사역을 마무리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때의 계획 속에는 파킨슨이라는 복병(!)은 전혀 없었다. 선교사님은 은퇴하시고 본국에 돌아오셔서, 생의 마지막 후반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말로 은퇴를 선언하신 것이다.


사실, 선교사님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선교사로 가시기 전에는, 한 교회에서 한 달 모자라는 20년의 목회를 하셨다. 가장 어렵고 가난한 주에 소재한 대학교 도시(College town)에서 학생들을 섬기는 목회를 하셨다. 그리고 만 20년을 한 달 남기시고 선교지로 떠나셨다. 20년이 차면 섬기던 교회의 원로목사가 되고, 그렇게 되면 교회에 부담이 된다고 하시며, 그렇게 훌쩍 선교지로 떠나셨다. 선교사가 되어 찾아 들어가신 선교지는 거의 일년내내 더웠으며, 더위가 한창일 때는 너무너무 더웠다. 그래서 그런지 선교사님은 나에게 몇 번 “이제는 진이 다 빠져서 뼈와 가죽만 남았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험한 이민목회 그리고 또 다른 험한 선교사의 사역을 묵묵히 열심으로 거의 다 달려오셨는데, 느닷없이 파킨슨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2-3년만 더 고생하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함께하며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소박한 꿈이 크게 흐트러지며 예상보다 빨리 은퇴가 선교사님을 찾아왔다.


생각 2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왜 하나님은 이렇게 충성된 종에게 이런 시간을 허락하신단 말인가!” “왜 하나님은 조금 더 편안하고 명예스러운 마무리를 허락하시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


하루의 끝에서도 복음을 전하시는 하나님이시라면, 인생의 끝에서도 여전히 일하시는 하나님이 아니겠는가! 인생에는 퇴근 시간이 있지만, 하나님의 역사에는 퇴근 시간이란 없지 않은가. 인생에는 은퇴 계획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은퇴 이후의 삶까지도 여전히 사용하시지 않는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사명은 하루보다 길고, 건강보다 깊고, 인생 계획보다 크다. 그래서 소명 받은 자들은 밤 9시가 넘어도, 자신에게 파킨슨이 찾아와도, 인생의 황혼에도 이렇게 외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전하게 큰 문제없이 계획대로 사역했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는지도 아니다. 얼마나 남들이 알아주는가는 더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며,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 손에 아직 남아있는, 건네지 않은 마지막 한 장의 카드를 전하기까지 말이다.


그렇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손에 아직 건네지 않은 마지막 한 장의 카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사랑하는 동기여,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선교사님,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하나님의 이야기가 남아 있음을 믿는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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