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애국애족 정신 I 노재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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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목사(전 성결대 학장, 사회학/목회학 박사)
-미국에 사는 디아스포라로서 메모리얼데이와 6월 현충일에 즈음하여
5월말 메모리얼데이와 6월은 우리 디아스포라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달이다.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데이와 6월 6일은 대한민국의 현충일이 있고, 조국 대한민국은 6월 25일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 있다. 이 달이 되면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억하며 묵념한다. 또한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번영이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되새기게 된다.
특별히 해외에 살아가는 디아스포라 신앙인들에게 6월은 더욱 뜻 깊다. 태어나고 성장한 조국 대한민국과 현재 살아가는 미국이라는 두 조국을 향한 감사와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앙인은 하늘나라 시민권자이면서 동시에 이 땅의 시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한 신앙적 책임이다.
1. 성경이 말하는 애국심
성경은 직접적으로 “애국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것을 가르친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권면하였다.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렘29:7). 이는 오늘날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말씀이다.
신앙인은 자신이 사는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안정될 때 개인과 가정도 평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13장에서 국가 권세를 존중하라고 가르쳤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롬13:1). 국가와 정부를 존중하고 법질서를 지키는 것은 신앙인의 기본적인 시민의식이다.
2. 예수님의 삶 속에 나타난 공동체 사랑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지만 현실 세계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병든 자를 고치시고, 굶주린 자를 먹이시고, 소외된 사람들을 품으셨다. 진정한 애국심은 국기를 흔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22:39). 나라 사랑은 결국 사람 사랑이다.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애국은 존재할 수 없다.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곧 신앙적 애국심이다.
3.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신앙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존재하는 것은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 덕분이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이름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성경은 희생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
물론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과 국가를 위한 희생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 희생정신은 분명 존귀한 것이다. 현충일의 묵념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도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시간이다.
4. 신앙인의 애국은 맹목적 민족주의가 아니다
건강한 애국심과 극단적 민족주의는 다르다. 기독교 신앙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민족을 존중해야 한다. 예수님은 사마리아인과 로마인, 이방인들에게도 사랑을 베푸셨다. 신앙인의 애국심은 배타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되 다른 나라와 민족도 존중하는 성숙한 사랑이다. 오늘날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디아스포라 신앙인들은 이러한 균형 잡힌 애국심을 실천해야 한다.
5. 디아스포라 신앙인의 두 조국 사랑
해외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장하였다. 또한 미국에 와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두 나라 모두에게 감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뿌리이고 미국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사도 바울 역시 유대인이면서 동시에 로마시민이었다. 그는 두 정체성을 모두 활용하여 복음을 전파하였다. 디아스포라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고 미국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한인 사회의 발전과 미국 사회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두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6. 애국은 말보다 실천이다
진정한 애국은 일상 속에서 나타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법을 지키는 것,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것,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 등이 모든 것이 애국의 실천이다. 특별히 디아스포라 신앙인들은 후세들에게 한국어와 역사, 문화와 신앙을 전수해야 한다. 차세대가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애국애족의 실천이다
7.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
오늘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하였지만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문제,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정치적 분열, 도덕성 약화, 신앙의 침체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신앙인들이 먼저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7:14). 국가의 미래는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신앙인들의 기도와 헌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애국애족 정신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정신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오늘의 젊은 세대가 자유의 가치를 모르고 살아간다면 선열들의 희생은 잊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신앙의 유산을 가르쳐야 한다. 자유와 인권, 책임과 희생,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전수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큰 애국이다.
맺음말
6월의 푸른 하늘 아래 우리는 다시 한번 현충탑 앞에 서는 마음으로 호국영령들을 기억한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인의 애국애족 정신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며, 나라와 민족을 향한 책임 있는 삶의 자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사랑해야 한다. 또한 현재 살아가는 미국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두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6월의 묵념은 과거를 향한 침묵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결단이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 또한 믿음과 사랑으로 나라와 민족을 섬기는 신앙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의를 위하여 수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5:10).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 역시 이 시대를 위한 충성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6월이 되기를 기도한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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