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8·15 해방일과 그리스도인의 자유 I 노재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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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목사(전 성결대 학장, 사회학/목회학 박사)
매년 8월 15일이 되면 대한민국은 해방과 자유를 축하하는 날이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40여 년 간의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맞이하였다. 즉 빼앗겼던 나라와 주권을 되찾고 민족의 자유를 회복한 이날은 우리에게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을 넘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그리스도인에게 해방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경은 자유와 해방에 대하여 끊임없이 말씀한다.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8:32)고 말씀하셨다.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짓과 죄, 미움과 탐욕, 두려움과 절망으로부터 벗어나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참된 자유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도 해방의 역사였다.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을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모세를 세워 그들을 해방시키셨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의 고통을 분명히 보고…그 근심을 알고”(출3:7)라고 말씀하셨다. 출애굽 사건은 하나님께서 억압받는 백성의 신음에 무관심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민족 역시 나라를 잃었던 시대에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름과 말과 문화를 빼앗기고 자유를 제한받았으며, 많은 사람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한국교회와 많은 그리스도인도 민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교회는 신앙을 지키는 동시에 교육과 계몽,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신앙인들에게 나라사랑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만을 기억해서는 안 된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에는 분단이라는 또 다른 비극이 찾아왔고, 결국 6·25전쟁이라는 민족적 참화를 겪었다. 오늘까지도 남과 북은 분단된 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맞이하는 과거의 해방은 감사하는 날인 동시에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어야 한다.
성경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5:9)라고 말씀한다. 그리스도인은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이 아니라 화해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념과 세대와 지역,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적으로 생각한다면 해방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유를 얻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자유를 책임 있게 사용하는 성숙함이다. 사도 바울은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갈5:13)고 권면한다. 자유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섬길 수 있는 책임이다.
민주사회에서 누리는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교육의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자유가 증오와 거짓을 퍼뜨리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는 진리와 사랑, 정의를 세우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8.15 해방의 날에 오늘의 한국교회 역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인가? 갈등하는 사회에 화해를 가져오고 있는가? 약한 자와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5:14)고 하셨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말보다 삶으로 복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직하고 공정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해방에서 얻은 자유는 빛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빛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8:12)고 말씀하셨다. 나라가 빛을 되찾은 자유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과 사회가 그리스도의 빛을 얼마나 비추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대한민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흘린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희생을 기억하며 감사해야 한다. 자유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우리가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되 그것을 영원한 증오로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과 미움을 대물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진실을 기억하면서도 용서와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백성들에게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렘29:7)고 전하였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중요한 말씀이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다. 디아스포라로서 우리가 사는 나라와 도시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법을 존중하고, 이웃을 섬기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이 참된 애국이다.
8·15 해방일을 맞으며 우리는 네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는 감사이다. 나라의 자유를 되찾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선조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는 책임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정의와 사랑과 섬김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셋째는 기도이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 그리고 다음 세대가 자유와 신앙의 가치를 바르게 이어가도록 기도해야 한다. 넷째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도 올해 독립250주년을 맞이하여 청교도 정신의 회복과 인종, 성, 종교로부터 자유와 해방을 맞이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힘을 주심이여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주시리로다”(시29:11). 해방 81주년을 맞는 2026년, 대한민국이 경제적 번영을 넘어 정의와 사랑,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교회도 이 시대의 갈등을 더하는 교회가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을 살리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하여 해외에 사는 한인 그리스도인들 역시 조국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신앙과 양심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8월 15일, 우리는 다시 해방에 감사하면서 이제는 우리 마음과 사회의 해방과 자유, 그리고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민족을 하나 되게 하기를 소망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8:32).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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