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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大河 에세이(28)-겨레의 가슴을 멍들게 한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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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이로스타임즈
댓글 0건 작성일 26-08-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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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록(선교사, 시인, 칼럼니스트) 

 

FIFA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서 세계인의 축제이다.

그 안에는 각 민족의 역사, 문화, 기상, 자긍심, 명예가 응축되어 있다.

한국 축구계는 이번 패배를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아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2026 FIFA 월드컵에 참전한 대한민국 팀은 역대 최고 전력의 선수들로 구성되었으나 최악의 성적으로 일찍 보따리를 싸야 했다. 지난 6월 24일 수요일 밤 10시(멕시코 일시), A조 3차전 경기가 끝났을 때 TV 앞에 섰던 대다수 관중들은 허탈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어떻게 FIFA 랭킹 25위 한국 팀이 60위 남아공 팀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스코어보다 참담한 경기력이었다. 파장은 거셌다. 오죽했으면 한국 대통령까지 문제제기(6/28)를 했으며 축구협회를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7/30)가 열려야 했다. 도대체 월드컵 축구가 무엇이길래 세상을 통째로 흔들며 우리 가슴을 멍들게 한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실패를 일회성 소동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단과 과감한 개혁으로 구조적 병폐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교훈은 축구계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부를 점검하고, 닥칠 불행을 미연에 예방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1. FIFA 월드컵의 위상

 

인류는 오래전부터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축제를 갈망해 왔다. FIFA 월드컵은 그 갈망이 빚어낸 현대문명의 가장 거대한 의식(儀式) 가운데 하나다. 90분의 경기는 짧다. 그 안에는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다. 한 나라의 자존심이 담긴다. 국민의 꿈과 눈물이 흐른다. 공 하나가 국경을 넘는다. 함성이 언어를 지운다. 피부색도 이념도 잠시 의미를 잃는다. 남는 것은 인간이라는 이름뿐이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하는 광장이다.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하나의 “우리”로 결집시키는 사회적 매개체다. 월드컵은 경쟁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존중을 배운다.

 

승리는 겸손을 요구한다. 패배는 성숙을 위한 쓴 약이 된다. 페어플레이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경제도 움직인다. 문화도 흐른다. 기술도 발전한다. 그러나 월드컵의 본질은 시장이 아니라 사람이다. 자본이 아니라 감동이다.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결국 FIFA 월드컵은 축구의 왕좌를 넘어 인류문명의 거울이다. 인간의 열정과 연대, 경쟁과 화해, 꿈과 희망을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현대의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월드컵은 끝나도 기억은 끝나지 않는다. 트로피는 한 나라의 품에 안기지만, 감동은 온 인류의 가슴에 남는다.

 

2. 유명 팀들의 선수 구성(Squad)

 

세계 최강팀에는 대체로 레전드격인 중심선수가 있어 왔다. 브라질은 축구황제라 불리우는 펠레(Pelé)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Maradona)가 있었고 현재는 리오넬 메시(Messi)가 있다. 프랑스는 킬리안 음바페(Mbappé), 영국은 해리 케인(Harry Kane),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노르웨이는 엘링 홀란드(Haaland)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골잡이가 아니다. 존재 자체가 전술이다.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고 동료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구심점이다. 따라서 저들이 없는 자국 팀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를 어떻게 대했나? 그가 39세의 나이에 그라운드를 어슬렁어슬렁 다니며 페널티 킥까지 실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 경기를 완주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8골 4도움으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렇듯 세계적인 명장들은 스타의 존재가치를 알기에 그들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반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을 어떻게 했나? 만인이 보는 앞에서 1, 2차전 후반에 연거푸 벤치로 불러들였다. 운명의 3차전에서는 아예 선발명단에서 제외했다.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축구할 맛이 났을까? 만일 메시를 이렇게 했다면 아르헨티나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 손 선수는 세계 축구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국보급 선수다. 그는 콧대 높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 FIFA 푸스카스상 수상, 토트넘 주장으로 유로파리그(UEFA) 우승을 이끈 살아 있는 전설이다.

 

무엇보다 그는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그가 유럽에서 축구를 마감하고 미국 LAFC로 이적한 이유 중 하나는 월드컵 준비를 하며 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이러 한데도 한국 팀 벤치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만일 그에게 Full Time을 보장하며 주장으로서 소임을 다 하도록 기(氣)를 불어넣어 주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까? 명장은 스타를 통해 승리를 낚지만, 무능한 지도자는 스타마저 어둠 속에 가둬 패배를 자초한다.

 

3. 금번 월드컵에서 참패의 주된 원인

 

통치자가 무능하면 나라를 말아먹고, 감독이 무능하면 팀을 말아먹는다. 이번에 한국 팀은 3전 1승 2패를 기록했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3경기에서 단 2득점에 그치는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는 먼저 지도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수 로테이션(Rotation)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손흥민 등 핵심 자원의 활용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이판사판인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도 공격수를 투입하지 않았다. 경기 흐름이 불리하게 흘러갈 때 이를 뒤집을 만한 플랜 B도 없었다. 박문성 해설위원 등 많은 이들이 주장한 4백의 운용보다 수비위주의 3백으로 매 경기마다 임했다. 결과 단조로운 공격패턴은 상대에게 읽히고 자주 차단되었다.

 

태극전사들은 어떠했나? 저들 또한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남아공과의 3차전에서의 모습은 한심할 정도였다.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안일하게 경기에 임한 흔적이 역력했다. 의미 없이 공을 뒤로, 횡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경기는 긴박감이 없었으며 지루했다. 한국 선수들 특유의 싸움 닭 같은 투지와 근성이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경기 직후 어떤 기자는 “선수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체 경기에 임한 것 아닌가?”고 질문했다. 사자박토(獅子搏兎)라는 말이 있다.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월드컵에는 약팀이나 강팀도 없다. 한순간의 방심과 착오가 공든 탑을 무너지게 한다.

 

4. 축구협회의 구조적 카르텔(Cartel)

 

대한민국 축구협회(KFA)를 향한 대중의 불신과 질타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온몸을 던지는 선수들의 활약과 달리,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 시스템은 장기간 누적된 적폐와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깊은 병폐를 노출해 왔다. 최근 국회 청문회와 문체부 감사 등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장기집권과 인맥중심의 폐쇄적 카르텔이다. 정몽준 전 회장(16년)에 이어 정몽규 전 회장(13년)까지, 현대가(家) 중심의 수장체제가 도합 3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전임 회장은 한일 월드컵을 유치했고, 후임 회장 역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면에 공로가 크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동안 협회는 주요보직과 대표팀 감독선임 등 여러 분야에서 특정 학맥과 인맥이 좌우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마디로 협회가 공적기관이 아닌 일부세력의 사유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축구협회의 권위는 추락했고, 대중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2)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불통·밀실 행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거듭된 국가대표 감독선임 파동이다. 이미 지도력 검증에 실패했거나 자격 논란이 있는 인물을 고액 연봉으로 선임했다. 또한 정식절차와 검증을 무시한 채 심야에 비공식 면접을 거쳐 사령탑에 앉혔다. 이렇게 상식 밖의 행정과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니 대표팀은 국민적 지지를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3) 실패에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조직 문화이다. 클린스만(Jürgen Klinsmann) 전 감독 경질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위약금 문제, 천안축구센터 건립사업의 불투명한 추진,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사면 시도 등 대형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수뇌부와 책임자들은 반성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우리는 지난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저들의 진면목을 보았다. “아! 이래서 한국축구가 나락으로 떨어졌구나.”

 

5. 한국 축구계가 혁신해야 할 방향

 

중증환자를 오래 방치하면 병은 커진다. 나중에는 생명까지 위협한다. 살기 위해서는 때로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계에도 그런 각오가 필요하다. 첫째, 거버넌스를 재구성해야 한다. 인사는 만사(人事萬事)다.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세우느냐에 따라 조직의 방향이 달라진다. 단지 사회적 영향력이나 재력만을 기준으로 축구계의 수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국제감각과 행정능력, 축구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들이 지도부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회장 선거제도 역시 특정세력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선거인단 확대를 비롯해 보다 폭넓은 축구인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행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인맥이 아니라 시스템이 한국 축구의 운영원리가 되어야 한다. 협회장이나 소수 지도부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구조와 밀실행정은 부패를 불러오는 첩경이 된다. 감독선임과 주요 보직인사, 재정집행 등 핵심영역에서는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전력강화위원회와 같은 전문기구에도 실질적인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소신 있게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정착돼야 축구협회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유소년 육성에 국가적 수준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축구강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에게 눈앞의 승리만을 강요하는 문화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를 지속적으로 길러내기 어렵다. 장기적 안목에서 기본기와 체력, 창의성, 전술 이해력과 경기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어린 팀의 우승 횟수보다 많은 유망주를 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과학적 훈련시스템과 체계적인 인재발굴도 중요하다. 연령별 대표팀과 학교, 프로구단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가 거목이 될 수 없듯 유소년 축구가 건강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의 미래도 없다.

 

맺음말

 

대~한민국! 짝짝, 짝짜~짝. 그 기억은 아직도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환희와 감동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답은 과거의 회한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조속히 이번 참패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임 감독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들 또한 잘못된 시스템이 만든 희생양일 수 있다. 더 큰 책임은 후보자의 지도력 검증보다 선수시절의 명성에 기댄 협회의 안일한 판단에 있다. 이제는 낡은 관행을 끝내야 한다. 썩은 가지 몇 개를 잘라내는 미봉책으로는 숲을 살릴 수 없다. 병든 뿌리를 도려내고 건강한 토양을 새롭게 일구어야 한다. 축구 전문가 위주 지도부 구성, 투명한 행정, 공정한 인사, 차세대 육성시스템이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목표도 그 한계를 깨부수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아시아의 맹주나 월드컵 16강이라는 선에서 턱걸이를 해야 하는가? 비전의 크기가 미래의 높이를 결정한다. 일본은 이미 세계 챔피언을 꿈꾸며 강호들과 겨루고 있지 않는가. 2030년은 제 24회 월드컵으로서, 창설 100년째가 되는 뜻깊은 무대다. 우리가 이때 뭔가 일을 냈으면 좋겠다.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준비의 열매다. 스페인이 티키타카(Tiki-taka)로 세계를 제패했듯, 우리도 K-Wave 물결을 따라 한인 특유의 K-Soccer를 개발해 도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젠가 태극기가 세계의 하늘 아래 펄럭이고, “대~한민국 !”을 외치는 함성이 지구촌을 뒤흔들 그날이 다시 오기를 기원한다.


<카이로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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